당뇨는 관리가 중요하다

결혼 19년 차, 남편은 결혼할 당시만 해도 ‘경도의 지방간’ 말고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그런데 몇 년간 스트레스 강도 높은 일을 쉼 없이 이어오면서, 어느 순간 정상이었던 수치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매년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 때마다 늘어가는 증세와 숫자가 조금씩 나빠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옆에서 보는 나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당뇨 전단계 경고를 수 년간 거쳐 드디어 “당뇨 월드”에 입성한 순간을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먹는 것 하나하나가 두려워지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남편이 걱정될 뿐만 아니라 주변에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정작 당뇨에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매해서 남편을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남편처럼 당뇨를 마주한 사람, 그리고 나처럼 그 곁에서 변화를 함께 겪어내야 하는 가족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나는 의료 종사자도 아니고, 그저 당뇨인 남편을 둔 아내로서 오늘 당장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본다. 


먼저, 이것부터 알아두자: 당뇨는 ‘나쁜 습관의 결과’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당뇨 진단을 받으면 자책부터 한다. “내가 그동안 막 먹어서 그런가”, “관리를 못 해서 이렇게 됐나” 하고. 하지만 당뇨는 유전적 소인, 나이, 스트레스, 수면, 호르몬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나타나는 결과다. 남편도 콜라를 좋아하긴 했어도 대식가도 아니고 간식/야식을 즐겨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콜라/햄버거를 사랑해도  90세 넘은 나이까지 정정한 워렌버핏을 보라) 

다행히도, 2형당뇨는 초기에 발견해서 생활습관을 바꾸면 약 없이도 정상에 가까운 수치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병이기에 관해(remission, 약 없이도 정상에 가까운 혈당 유지) 를 목표로 두었다. 당뇨는 “관리”의 영역이다!. 


1단계 — 내 숫자부터 편안하게 알아두기

처음부터 모든 수치를 외울 필요는 없다.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 공복혈당: 아침 식전 혈당. 보통 80~130mg/dL 사이를 목표로 한다.
  • 식후 2시간 혈당: 식사 시작 후 2시간 뒤 혈당. 180mg/dL 이하를 목표로 한다.
  • 당화혈색소(HbA1c):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 보통 6.5% 미만을 목표로 하지만,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주치의가 개별 목표를 정해준다.

처음엔 이 숫자들이 마치 시험 점수처럼 느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하지만 이건 평가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디쯤 와 있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일 뿐이다. 숫자가 높게 나온 날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한 번의 숫자가 아니라 몇 주, 몇 달에 걸친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