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한 보안 IT 기업의 임원들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창업 20년, 탄탄한 기술력, 공공·금융·제조 분야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유한 회사였습니다. 좋은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묘하게 무거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케팅 홍보가 전혀 없다보니 영업이 회사 소개부터 직접 해야 합니다. 솔루션 설명도 어렵고, 고객이 우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 타사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아서 영업이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 제품을 계속 팔아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해요.”
“외부 마케팅보다 내부 마케팅이 먼저입니다. 직원들이 회사에 더 engaged 되어야 하고, 부서 간 소통이 필요합니다.”
1. 마케팅이 없는 게 진짜 문제일까?
마케팅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흔히 말합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 표면에 보이는 증상 | 진짜 문제 |
| 영업이 회사 소개부터 해야 한다 | 포지셔닝이 없다 — 왜 우리인지 답이 없다 |
| 솔루션 설명이 어렵다 | 고객의 언어로 번역된 메시지가 없다 |
| 직원이 engaged되지 않는다 | 공통의 스토리와 방향이 없다 |
세 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입니다. 회사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즉 포지셔닝이 없는 겁니다. 포지셔닝이 없으면 영업은 매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직원은 자신이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체감하지 못합니다. 마케팅 예산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먼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마케팅보다 먼저 해야 할 것 – 내부 정렬
그 임원의 말이 사실은 가장 핵심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외부 마케팅보다 내부 마케팅이 먼저다.”
많은 기업이 이 순서를 거꾸로 합니다. 광고를 만들고, 콘텐츠를 올리고, LinkedIn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내부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뭘 하는 곳인지”, “왜 고객이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한 목소리로 말하지 못한다면 — 외부 마케팅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입니다.
전직원 마케터 전략이란 무엇인가
전직원 마케터 전략은 마케팅 업무를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원이 고객 앞에서, 혹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누군가 앞에서, 회사를 같은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그 언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STEP 1: 메시지 하우스를 만든다
메시지 하우스는 A4 한 장입니다. 세 가지만 담깁니다.
• ① 우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ICP: 이상적 고객)
• ② 우리가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고객의 언어로)
• ③ 왜 다른 곳이 아닌 우리인가 (차별화 근거)
이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합치면 핵심 포지셔닝 문장이 됩니다. 이 문장이 홈페이지 첫 줄이 되고, 영업 Deck 첫 페이지가 되고, 모든 직원이 자기소개 할 때 꺼내는 말이 됩니다.
| 실제 예시 (보안 IT 기업 케이스) |
| Before: “정보보호컨설팅과 보안관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After: “보안팀이 없는 중견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보안을 갖출 수 있도록, AI가 탐지하고 전문가가 대응하는 통합보안 파트너입니다” |
| 같은 회사입니다. 달라진 것은 고객의 관점에서 쓴 것뿐입니다. |
STEP 2: 경쟁력을 재정의한다
“타사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말,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기업에는 이런 강점이 있었습니다. 경쟁사 대비 1/3 가격. GS 1등급 인증. 20년 관제 운영 경험. 공공·금융 레퍼런스. 단 이것들이 고객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고, 한 메시지로 묶이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설명하는 언어가 없었던 겁니다.”
1/3 가격이라는 숫자는 강력합니다. 그런데 그 숫자만 던지면 “싸구려”처럼 들립니다. 맥락이 필요합니다.
| 😥 약한 표현 “경쟁사보다 저렴합니다” | 😀 강한 표현 “외산 제품과 동등한 기능을 1/3 비용으로. GS 1등급이 이를 증명합니다” |
STEP 3: 영업팀을 마케터로 만든다
영업팀은 이미 마케터입니다. 매일 고객을 만나고, 질문을 받고, 설득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회사 자산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 ① “영업팀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TOP 5” 를 모읍니다. 이게 콘텐츠 주제가 됩니다.
• ② “고객이 타사 대신 우리를 선택한 이유” 를 수집합니다. 이게 포지셔닝 근거가 됩니다.
• ③ “계약에 실패한 이유” 를 기록합니다. 이게 제품과 메시지 개선의 단서가 됩니다.
이 세 가지 정보가 마케팅팀이 없어도 강력한 콘텐츠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영업팀의 현장 언어가 곧 고객의 언어입니다.
3.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외부 마케팅 — 예산 없이
내부 정렬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면, 외부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팀이 없어도, 큰 예산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① 홈페이지 첫 줄부터 바꾼다
많은 IT 기업의 홈페이지 첫 줄은 “저희 회사는 XX 솔루션을 제공하는…”으로 시작합니다. 고객은 이 문장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홈페이지는 5초 안에 “이 회사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개발 없이, 오늘 당장, 텍스트만 바꿀 수 있습니다.
② 고객 사례 2건을 만든다
케이스 스터디는 B2B 콘텐츠 중 전환율이 가장 높습니다. 기존 고객에게 30분 인터뷰를 요청하고, “문제 → 해결 → 결과” 3단 구조로 씁니다. 수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됩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B2B 콘텐츠 중에서도 전환율이 가장 높은 유형입니다. 기존 고객에게 약 30분 정도의 인터뷰를 요청한 뒤, 내용을 “문제 → 해결 → 결과” 의 3단 구조로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제공한 솔루션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빠르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기종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와 같은 한 문장은 어떤 광고보다도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③ LinkedIn을 영업 채널로 쓴다
LinkedIn은 국내 CISO, IT팀장, 보안 담당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개인 계정 포스팅이 회사 페이지보다 3~5배 도달률이 높습니다. 대표나 임원이 직접 씁니다. 주제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달 현장에서 느낀 것”, “고객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20년 동안 보안에서 변하지 않은 것” — 이런 이야기가 가장 반응이 좋습니다.
④ 분기 보안 리포트 하나를 만든다
관제팀이 매달 보는 위협 데이터를 외부 리포트로 만들어 보세요. “이번 분기 국내 중견기업을 노린 공격 패턴 TOP 5” 같은 제목의 PDF 하나가 수십 건의 리드를 가져옵니다. 만드는 데 하루면 충분하고, 이것 하나가 블로그·뉴스레터·LinkedIn·보도자료 4개 채널로 분배됩니다.
4. 전직원 마케터 전략의 실제 작동 방식
마케팅팀이 없는 회사에서 마케팅이 작동하려면 구조가 필요합니다. 사람 한 명에게 “마케팅도 해봐”라고 하는 것은 구조가 아닙니다. 다음 세 가지를 갖추면 됩니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마케팅이 “마케터의 일”이 아니라 “회사의 일”이라는 합의입니다. 이것은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업팀 주간 미팅에 “이번 주 고객 반응 한 가지 공유”를 넣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